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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소년을 다시 만났는지 말해줄래?
내가 사는 대전은 큰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믿고 살아왔지만 그건 지구가 화나기 전 일인가 보다. 아마도 전 국민의 뇌리에 깊이 박혔을, 주택도 아닌 아파트 1층 높이가 흙탕물로 잠겨 주차장 차들이 속수무책으로 침수당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그 대전의 한 아파트 침수 사진 후에 고기압과 대기압은 자리를 위쪽으로 옮겨 싸움을 계속했다. 그리고 어제부터 하구핏이라는 제삼자가 싸움에 끼어들어 저기압의 편을 들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다시금 싸움의 장소는 아래로 내려왔고 오늘 새벽부터 대전엔 비가 다시금 세차게 내리고 있다. 백수도 나가야 할 일은 있는 법, 주말에 밥해먹고살려면 장도 봐야 하고 우체국도 들를 일이 있어야 해서 정말 오랜만에 장화를 꺼내 신었다. [대나무 칫솔 구매하기] 오늘 할 얘기는 역대..
아.... 나는 어쩜 모국어 앞에서 이렇게 고개가 절로 숙여지고 부끄러워지는가....ㅠㅠ 이번 대화편도 너무 어렵게 읽었음을 처음부터 고백하고 시작해볼까 한다. 이 글은 '한국어'가 주제이고,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사회를 맡은 백낙청 선생께서 '한글'과 '우리말'을 구분해서 써 줄 것을 요청한다. 한마디로 이 글은 우리가 쓰는 '글'이 아니라 우리가 내뱉는 '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나 제대로 이해한 거 맞나?ㅎㅎ) 일단 '한국어의 시대구분'부터 하고 넘어가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다. 한국어의 시대구분 이유는 대화편의 제목이자 주요 주제 자체가 「근대 한국어, 그 파란의 역사와 희망찬 오늘」이기에 그 시대를 특정하기 위함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시대구분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시대구분과의 차이가..
소창-하면 뒤에 붙는 단어는 '걸레'보다 '행주'가 더 익숙하지만, 사실 행주와 걸레를 소창원단으로 바꾸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걸레'였다. 나는 지금까지 주방에서 쓰는 행주나 청소할 때 쓰는 손걸레를 돈 주고 사본 일이 없었다.(이렇게 본다면 소창행주를 굳이 내돈주고 산 것은 미니멀라이프가 맞는가.ㅎㅎ) 어쨌든 청소할 때 면걸레로 거울이나 TV를 닦고나면(제일 우선순위로 닦아주는 데도) 면에서 떨어져나온 먼지 때문에 닦고도 찝찝한 뒷맛을 남겼고 '어쩔 수 없지 뭐' 생각하던 어느 날 방법을 찾아보기에 이르렀다. 가장 쉽게 쓰시는 방법 중 하나는 '핸드크림이나 바디로션을 조금 걸레에 발라 TV를 닦는 것'이었다. 그러면 먼지도 훨씬 덜 달라붙는다는데... 난 그 방법은 썩 내키지 않았고 그 다음 찾은 방법..
매일 밤 꿈을 꾸었다. (중략) 팔다리가 잘려 나가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통증이 밀려오는 순간에도 나는 다짐했다. 이 꿈을 기록해야만 해! 기록해야만 해! 기록해서 뭔가를 얻어야 한다구! 종종 책을 읽으며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살면서 흔하게 경험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그 상황을 설명하려고하면 뭐라고 묘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걸 작가들은 정확하게 콕! 집어 글로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능력자여서 책을 읽다가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도대체 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고전이라 하는지 이해를 못하며 읽어가고 있을 때 가끔 눈앞에 나타나곤하는 실지렁이를 명확히 묘사한 부분을 읽으며 '이거야!' 전율을 경험한 일이 있었다.) 그 작가들도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능력을 안고 태어난..
8월이다. 벌써. 친구들이 그득그득 들어있는 톡방에 월말마다 '나 올해는 유독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아. 코로나에 내 시간을 빼앗긴 느낌이 들어.'라고 한 일 없이 흘러가는 것 만 같은 2020년의 시간흐름을 코로나 탓으로 넘겨버린지도 몇 달째 계속 되고 있다. 코로나가 일상으로 침범해 들어왔을지라도 결코 건들일 수 없었던 하루라는 '시간'은 여전히 24시간인데도 말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는 이전과 다를 거라고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를 주제로 한 예측들도 뉴스로 다큐로 많이 들린다. 이번 『창작과 비평』 여름호 논단/현장에서도 이와같은 글들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궁금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이 시대를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번 글은 그래서 반갑다. 위기..
『라이팅 클럽』은 모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엄마에게 '엄마' 대신 '김 작가'라는 호칭을 부여한다. 비록 상금 대신 오히려 잡지를 몇 십부 사는 것으로 등단한 것이지만 그래도 글을 쓰긴 썼으므로. 묘한 것은 화자인 '나' 역시 책을 좋아하고 어느 순간부터는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로 그날이었다. 내가 처음 글을 쓸 수 있는 상태에 있다고 느꼈던 순간. 안채 할머니의 마루에서 뜨거운 보리차에 입안을 데었던 바로 그 시간이었다. 홧홧거리는 입안의 통증과는 관계없이 몸에서 약간 힘이 빠지며 몽롱해진 한 순간 오히려 정신이 말짱해졌던 것 같다. 막연한 느낌으로만 간직해온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구체화 되는 순간의 느낌을 표현한 문단이 그래서 제일 먼저 눈에 들..
꽤나 두툼한 (560 페이지 정도) 두께감의 소설이지만 뭉클의 온라인독서모임 도서로 『고래』가 올라왔을 때, 주저없이 신청한 것은 그동안 이 소설에 대해 들어왔던 많은 좋은 평가들 때문이었다. 역시 그는 이야기꾼이었다. 결코 지루할 새 없이 이런 분량의 소설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소설은 스물일곱 춘희를 등장시키면서 시작한다. 작가는 이미 첫 페이지에 그가 벙어리이고 열 네살에 이미 백 킬로그램을 넘어선 거구라는 인물정보를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덕분에 나는 머릿속에 한 인물의 외형을 상상하며 그가 교도소 출소 후 버려진 벽돌공장에서 몸을 씻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읽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춘희의 과거가 궁금해질 무렵, 뜬금없이 이야기는 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노파에게로 건너뛴다. 처음에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사람들은 '지금 이 시국에....'라는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그 말은 특정 확진자의 동선공개 기사에 유독 많이 달리곤 했는데 '이렇게 잠깐씩 동네마트만 갔다오면서 집밖을 안나가는 사람은 저뿐인가봐요ㅠㅠ'랑 비슷한 수준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듯 보였다. 물론 나의 감정도 댓글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특정 확진자들의 동선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집-회사'만 왔다갔다 하시다 확진된 분들의 동선을 보면 반대로 안쓰럽기도 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에는 화가 치밀었다가 택배 물류센터에서 터진 코로나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더운 날씨에 물류작업을 하시면서 마스크를 꼬박꼬박 끼고 있다면 그것이 감사할 일이지 힘들어 벗었었다고 비난하기엔 그분들의 업무강도 앞에 절로 안쓰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