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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멀과 미니멀라이프 사이] 대나무칫솔 사용기 (그 밖의 양치용품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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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멀과 미니멀라이프 사이] 대나무칫솔 사용기 (그 밖의 양치용품은?)

열낱백수 2020. 8. 7. 15:41

   내가 사는 대전은 큰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믿고 살아왔지만 그건 지구가 화나기 전 일인가 보다. 아마도 전 국민의 뇌리에 깊이 박혔을, 주택도 아닌 아파트 1층 높이가 흙탕물로 잠겨 주차장 차들이 속수무책으로 침수당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그 대전의 한 아파트 침수 사진 후에 고기압과 대기압은 자리를 위쪽으로 옮겨 싸움을 계속했다. 그리고 어제부터 하구핏이라는 제삼자가 싸움에 끼어들어 저기압의 편을 들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다시금 싸움의 장소는 아래로 내려왔고 오늘 새벽부터 대전엔 비가 다시금 세차게 내리고 있다. 백수도 나가야 할 일은 있는 법, 주말에 밥해먹고살려면 장도 봐야 하고 우체국도 들를 일이 있어야 해서 정말 오랜만에 장화를 꺼내 신었다.


[대나무 칫솔 구매하기]

   오늘 할 얘기는 역대 최장 장마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대나무 칫솔 이야기니 윗 이야기는 TMI인 셈이다. 집에 가지고 있던 여분의 칫솔이 다 떨어져 갈 즈음, 나는 예전부터 생각했던 대나무 칫솔을 구입해보기로 했다.

   언제샀더라, 확인도 할 겸 구매내역을 찾아보니 6월 17일 구매했다. 내가 주문한 대나무 칫솔 브랜드는 치과의사가 만든 브랜드여서 유명세를 탄 곳이었는데 구매내역에서도 알 수 있듯 3개에 15,600원. 배송비 빼고 하나에 5,200원인 셈이다. 사람마다 금액 가치기준이 다르겠지만 내 기준에선 칫솔 하나 가격으로는 굉장히 비싼 가격인데 모든 대나무칫솔이 이 가격인 것은 아니다. 더 저렴한 것도 있고 더 비싼 것도 있는데 보통 대나무 칫솔로 계속 쓰시는 분들은 1,000원 정도 가격대의 칫솔을 많이 쓰신다. 이 브랜드도 980원짜리 대나무 칫솔이 있고 세트로 사면 조금 더 저렴한 금액에 구입이 가능하다. 단지, 대나무 칫솔을 처음 경험할 때 느끼게 되는 불편 중 하나인 '잘 마르지 않음'에 대한 면역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처음엔 비싼 옻칠 칫솔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대나무칫솔 50일 사용기]

   확실히 옻칠 칫솔이라 그런지 마름에 훨씬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없었다. 마르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 말고 또 하나 불편한 점으로 꼽히는 것이 플라스틱 칫솔은 워낙 구강구조에 맞도록 곡률을 신경 써  생산된 제품들인지라 입안 깊숙이 양치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는데 대나무 칫솔들은 대부분 이처럼 뻣뻣하게(?) 생겨 내가 원하는 곳까지 칫솔질이 닿지 않는다는 점이 얘기되곤 한다. 나는 특별히 그 점에 대해서도 느끼지 못했는데 내가 워낙 그동안 플라스틱 칫솔도 이것저것 아무거나 상관없이 쓰는 무던한 성향이라 그런 것 같다.

   특별한 관리라고 할 것 없이 칫솔 홀더에 꽂아 말린 후 사용하고, 단 홀더에 꽂기 전에 플라스틱 칫솔과 달리 탁탁 2~3번 털어준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 함께 사는 서방님은 여전히 플라스틱 칫솔을 사용한다. 대나무칫솔이 본인 취향은 아니라고 하니 굳이 취향을 개조시킬 필요성을 느끼진 못한다.^^ (개취는 존중하자)


[포기하지 못하는 양치용품들]

1. 치약

   칫솔은 대나무 칫솔로 바꾸었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양치 용품들이 있다. 위의 사진에서 이미 출현했듯, 치약은 가루치약으로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남편이 선호하는, 시중 거품 잘 나는 치약과 이프로폴리 치약을 함께 쓰고 있는데,

   이 치약은 불소, 사카린, 색소, 합성 계면활성제, 합성방부제가 없는 치약으로 우리가 흔히 쓰는 치약과 다른 점은 '거품이 없다'는 점. 그래서 잘 닦이는 맛이 없지만 열댓 번씩 입안 헹구기 귀찮은 나 같은 사람한테는 훨씬 났다. 가격은 150g 치약 두 개 묶어 6,500원이다. 

2. 치실

   치실도 아직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치아간 틈이 좁아서 꼭 치실을 써줘야 하는 치아인 데다가 조금만 두꺼워도 치실이 빠질 때 갈라지면서 떨어져 나온 치실이 입안에 남는 경우가 많아 마음에 드는 치실이 생기면 그것만 줄기차게 쓰는데 그래서 선뜻 생분해 치실을 시도해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시도는 해보게 되지 않을까.


[왜 사람들은 대나무칫솔을 쓸까요?]

   지금까지 내가 몇 개의 칫솔을 써왔을지 대략적으로 계산해 볼까요?  저는 집 양쪽 화장실에 하나씩, 그리고 이동 중에 가지고 다니는 칫솔까지 세 개를 동시에 사용하고 회사 다닐 땐 물론 회사에 두고 썼어요. 기간을 정해 교체하기보단 모의 모양이 변형되었다던가 닳게 되면 바꿨는데 그리 자주 바꾸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한 장소 칫솔을 1년에 두 개씩 썼다고 가정하면 1년에 6개 x 갓난아이 때를 빼고 30년 정도 칫솔을 사용했다고 계산해보면 180개 정도 사용했네요. 

   이 180개의 칫솔이 단 하나도 썩지 않고 지금 지구 어디쯤엔가 있다고 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죽을 때까지 쓴 칫솔은 제 생전에 썩지 않을 거라는군요. 내가 쓴 칫솔이 지구 어딘가에 쌓여있을 거라는 생각과 그 이미지를 떠올리다가 요즘 대나무칫솔로 바꾸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모까지도 동물모로 만드는 칫솔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모는 나일론으로 만드는 게 대부분인 것 같더라고요.

   대나무칫솔은 사용 후에 헤드 부분을 똑 부러뜨려 두 조각 모두 일반쓰레기로 버리면 됩니다.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더라도 대나무는 생분해되기 때문에 플라스틱보다 자연친화적이라고 하네요.

 

   그나저나 비가 참... 6월 말부터 시작된 장마가 8월 초까지 계속되기 있음? 이미 지금까지 입은 피해를 복구하려면 한 달 이상 걸릴 만큼 큰 피해를 입은 곳도 많다고 하는데- 더위가 싫긴 하지만 이번 장마는 이제 그만 이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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