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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소년을 다시 만났는지 말해줄래?
'좋은'소설이란 어떤 걸까,를 고민해본 적이 있다. 내 기억에 그 고민의 첫 이유는 책을 좋아하면서도 '소설은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지인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 소위 '시대를 반영했다'고 하는 까칠까칠하고 읽고 있으면 내 기분까지도 저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소설들을 골라 읽었다. 판타지, 무협지 소설은 읽으면 안될 것 같았다. 성차별, 퀴어, 취업난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요즘'소설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왜 소설을 읽는 거지? 24시간 뉴스만 송출하는 뉴스채널의 소설버전을 원해서 책을 읽는 건가? 그건 아니었다. 나는 책 읽는 게 재밌으니 읽고, 어떤 내용이 텍스트화된 걸 영상화된 것보다 선호하니 읽어왔다. 그게 때론 시대를 반영할 때도 있지만 이미 시대적배경이 아주 옛날..
이 소설은 서술자인 '나(영인)'가 과거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끌고간다. 그런데 그 회상이 얼마나 쿨내가 풀풀 진동하는지, 소설 전반에 흐르는 유머러스함은 자신을 '너무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서술하는' 영인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쿡, 웃게 되는 식이다. 이제부터 고등학교 졸업 후 점점 살집이 불어난데다가 독특한 취향으로 미용실에 가서 아줌마 파마를 요청한 영인의 모습을 상상하며 소설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주인공인 '영인'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야 '엄마'라는 존재를 만나게 된다. 도대체 이 엄마는 그동안 딸을 (친척집도 아닌) 친구집에 놓고 뭘 하며 살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친밀감이란 1도 없는 모녀는 한 노부부의 집에 딸려있는 방에 세들어 살게 되는데 영인이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 않고 '김 작가'라 ..
나는 그동안 액체세제를 선호하며 살아왔다. 가루보다 어쩐지 깔끔한 느낌이었는데 그 어쩐지가 참 많은 걸 의심없이 결정할 수도 있다. 우리집엔 그동안 이렇게 세 가지 세탁세제가 존재해왔다. 1년 9개월 전 분가하며 입주한 아파트 이사선물로 참 많은 액체세제를 선물로 받았고 드디어 리큐가 마지막 남은 액체세제였다. 니트는 알칼리성 세제로 빨면 안된다 하니 구입한 울드라이와 왜 넣는지도 모르고 꼭 넣어주는 섬유유연제 다우니, 이 세 가지가 세트였던 셈이다. 우선 나는 삶을 단순화하기로 마음을 먹은 후 다짐한 것 중 하나는 '미니멀이랍시고 쓰던 걸 버리고 새로 사진 말자'였다. 그래서 일단 쓰던 대로 썼고 오히려 너무 과한 양을 쓰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러던 중 제일 먼저 떨어진 것은 섬유유연제였다. [섬유유연..
좋은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나누어야 맛! 티스토리로 옮겨오기 전에 하던 네이버블로그에선 창비출판사가 이웃이어서 이런저런 소식을 들을 수 있었는데, 덕분에 클럽 창작과비평 제1장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이 무엇이냐면! 계간지는 너무 두꺼워서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 이런 『창작과비평』 계간지를 함께 읽는 온라인독서모임이다. 나는 제1장을 신청할 때 참 많이도 망설였다. 왜냐하면 백수가 되고 다시금 블로그를 시작할 때 '출판사 서평단은 하지 말자' 즉 서평을 담보로 한 책을 공짜로 받지 말기로 다짐을 했었고 그때까지 지켜오고 있었던 참이었다. (서평단을 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리뷰 쓰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는 걸 이미 대학교 때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클럽 창비는 무척 하고 싶었으..
내돈 내고 내가 시험보겠다는데, 이렇게 시험접수가 힘들 줄은 코로나시대 이전에는 몰랐다.ㅎㅎ 어제는 FAT 2급, 오늘은 전산회계 1급 시험을 보고 왔다. 이 시험들은 각각 1년에 6번씩 있는 시험인데 올해 2회차가 코로나의 확산으로 취소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4월이었는데 그때는 국가공무원시험도 줄줄이 미뤄지던 시기였다. 3회차는 신청은 받았으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인원수를 정해놓고 선착순 접수를 받았다. 나는 여유있게 접수 첫날 오후쯤 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당황하고 말았다. 이미 일찌감치 마감이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접수를 못했다. 그러니 4회차는 어떻겠는가. 나를 포함한 신청을 원하는 수험생들은 가고싶은 콘서트 티켓팅하듯 시험접수 시작 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홈페이지는 당연히(?) 터..
7월 뭉클팩 도서였던 『고래』 완독선물로 '고래'라고 새겨진 몽당연필이 도착했다. 완독인증서도 획득!^^ 지난 3일에는 8월의 뭉클팩 도서인 『숨』과 뭉클찜 도서인 『빌리브 미』 도서 신청이 있었다. 나는 두 권은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한 권을 고르곤 하는데 이번에는 도서목록을 보자마자 『숨』을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테드 창 소설 좋다는 얘길 전부터 들어왔지만 아직 읽어보질 못했던 참이었다. 뭉클팩과 뭉클찜은 문학동네에서 매달(요즘엔 횟수를 더 늘린듯) 운영하는 온라인독서모임인데 신청자격은 연회비를 낸 북클럽회원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점점 하루 이틀만에 마감되는 일이 잦아져서 이번 『숨』은 인원수 제한을 두지 않고 날짜제한으로 신청을 받았다. 물론 북클럽 회원이라고 해서 공짜로 진행되는 독서모임이 ..
생리대 & 팬티라이너가 상주하고 있는 우리집 화장대 서랍. 보여지는 것처럼 아직 일회용 생리대들(아직 오버나이트를 대체하지 못했다)과 면생리대 & 면 팬티라이너가 공존하고 있다. "사실 나는 생리대를 면으로 바꿀 생각은 전혀 없었다." [면생리대를 쓰게 된 이유] 그런 나에게 고민을 안겨준 것은 바로 이 아랑어랑 면생리대였는데, 약 5년전쯤(이 또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친구가 본인도 선물받았는데 몇 년을 가지고 있었지만 안쓰게 된다며 싫다는 나에게 억지도 떠넘긴 물건이었다.ㅎㅎ 백수가 되고 삶을 좀 단순하고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풀어가보려 물건들을 한창 정리하고 있던 내게 화장대 서랍 정리 도중 나타난 이 녀석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쓸만한 사람이 있으면 주고 싶은데....'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하지만 내가 쓴 글들이 정말 소설답다거나 문학적으로 뛰어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건 그냥 그렇고 그런 글일 뿐이었다. 그러나 왠지 일거수일투족이 다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내가 느끼는 걸 표현하지 않으면 중요한 걸 다 놓쳐 버릴 것 같았다. 영인이는 계속 글을 썼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그것을 직업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글로 직업적 성취를 이룬 것은 김 작가였다.) 아마 영인이는 지금도 계속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계동은 아니겠지만 어딘가에서 라이팅 클럽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글에 삶의 무게를 기대는 것은 영인 뿐이 아니다. 사실 나도 그렇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이제 숙제로 제출할 일도 없는데 일기를 쓰고 플래너를 쓰고 블로그 포스팅을 쓴다. 어쩌면 인간이라면 누구나 기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