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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독학] FAT 2급 + 전산회계 1급 시험보기

열낱백수 2020. 8. 16. 16:24

   내돈 내고 내가 시험보겠다는데, 이렇게 시험접수가 힘들 줄은 코로나시대 이전에는 몰랐다.ㅎㅎ 어제는 FAT 2급, 오늘은 전산회계 1급 시험을 보고 왔다. 이 시험들은 각각 1년에 6번씩 있는 시험인데 올해 2회차가 코로나의 확산으로 취소되었다. 때는 바야흐로 4월이었는데 그때는 국가공무원시험도 줄줄이 미뤄지던 시기였다. 3회차는 신청은 받았으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인원수를 정해놓고 선착순 접수를 받았다. 나는 여유있게 접수 첫날 오후쯤 홈페이지를 들어갔다가 당황하고 말았다. 이미 일찌감치 마감이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접수를 못했다. 그러니 4회차는 어떻겠는가. 나를 포함한 신청을 원하는 수험생들은 가고싶은 콘서트 티켓팅하듯 시험접수 시작 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홈페이지는 당연히(?) 터졌고 45분만에 접수된 한국세무사회자격시험 홈페이지는 그나마 양반, 2시간동안 다시 로그인하라는 에러메시지가 남발했던 한국회계사회자격시험 홈페이지는 정말....  시험접수는 했지만 내 시간을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 그 허탈함에 그날하루 '화'가 올라온 상태로 보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접수한 시험을 어제와 오늘 보았다. 시험을 보고나면 저녁무렵 쯤 가답안이 올라오는데 FAT 2급은 가채점으로는 96점인듯 싶고 전산회계 1급은 그만큼은 나오지 않을 듯 하다. 70점을 넘길 수 있을 것인가. 두둥~

   금요일부터 학생 때처럼 벼락치기 공부에 들어갔다. 서방과 먹을 닭곰탕 닭을 삶으며 기출문제를 보았다.


 (여기부터는 TMI)

 나는 대학에선 회계를 전공했지만 작년 4월 백수가 되기 전까지 온라인광고회사를 다녔다. 후회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일했고 (결혼식 날 새벽4시까지 일을 하고 1시간반 자고 신부화장을 받기 위해 5시반에 일어났다. 내가 그 회사를 다니면서 결혼한 1호였다.ㅎㅎ 심지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퇴사를 결정한 사람도 있었다한다.) 그렇게 쏟아부은 신입시절이 지나면 오래 일을 할 수록 노하우가 쌓여 안정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꿈꿨다. 하지만 회사는 항상 '더 더'를 원했고 내 기준에 이미 너무 많은 내 삶이 희생되고 있다고 느낌에도 회사가 또한번의 '더'를 외쳤을 때 나는 그 앞에서 '회사가 원하는 방향이 그렇다면 저는 여기까지 함께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도 퇴사의사를 그런 식으로 밝히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내 의사에 변함이 없자 회사는 6개월의 업무인수인계 기간을 요구했다. 기나긴 업무 인수인계기간이 끝나고 6개월 후인 작년 3월, 나는 퇴사했다.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섭섭은 없고 시원만 했다.

   결혼 후 5년이 되도록, 퇴근하고 집에오면 빨라야 8시여서 (광고주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야 한다는 대표님의 마인드로 8시40분 출근 6시 40분 마감미팅 후 퇴근 시스템이었다.) 무언가를 요리해서 먹을 생각은 하질 못하고 살았다. 재작년 분가를 하기 전까지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기에 저녁밥은 시어머니 찬스를 쓰곤 했다. 백수가 되고 작년은 요리에 열중했다. <집밥 백선생>님이 내 요리 선생님이었다. 보고 똑같이 만들어보고 내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수정하고 레시피를 노트에 정리했다.

   올해초에 계획을 짜면서 매년 반복되는 계획들 사이에 '자격증공부'를 슬그머니 끼어넣었다. 그리고 대학졸업 후 오래도록 손에 놓았던 회계/세무 공부를 시작해보기로 했다. 회계/세무 관련 자격증을 검색해서 제일 쉬운 순으로 정리했다. 제일 위에는 (목표는 높을 수록 좋은 거니까) 회계 자격증 중에 제일 어려워 공부만 몇 년 걸린다는 시험을 놓아본다. 길게 10년을 잡아본다. 그리고 제일 쉽다는 자격증 시험부터 접수했다. 올해 목표는 4개의 자격증 획득이다. 방향은 독학이다. 시험을 접수하고 문제집을 사서 예전의 기억을 끄집어낸다. 학생 때 어려워했던 부분이 똑같이 말썽이다.

   나는 스스로를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부류'로 분류한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랬다고 백수된 김에 아이계획이 있어 어쩌면 좀더 길어질지 모르는 이 백수시절의 불안감을 내 나름 다스려보겠다고 선택한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학생 때와 달라진 것은 학생 때는 공부만 하면 엄마가 다 해주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저녁에 먹을 닭을 삶으며 기출문제를 풀고 시험보고 와서 햇살이 좋은 오후를 틈타 이불을 세탁기에 돌려 널어준다. 그런데 그래서 학생때보다 공부가 힘들진 않은 것 같다. 역시 .. 나이는 헛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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