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소년을 다시 만났는지 말해줄래?

[클럽 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2020여름호 현장 읽기 본문

꽃을 보듯 책을 본다/다음호를 기다리며

[클럽 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2020여름호 현장 읽기

열낱백수 2020. 7. 26. 21:41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사람들은 '지금 이 시국에....'라는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그 말은 특정 확진자의 동선공개 기사에 유독 많이 달리곤 했는데 '이렇게 잠깐씩 동네마트만 갔다오면서 집밖을 안나가는 사람은 저뿐인가봐요ㅠㅠ'랑 비슷한 수준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듯 보였다. 물론 나의 감정도 댓글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특정 확진자들의 동선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하고 '집-회사'만 왔다갔다 하시다 확진된 분들의 동선을 보면 반대로 안쓰럽기도 했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에는 화가 치밀었다가 택배 물류센터에서 터진 코로나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더운 날씨에 물류작업을 하시면서 마스크를 꼬박꼬박 끼고 있다면 그것이 감사할 일이지 힘들어 벗었었다고 비난하기엔 그분들의 업무강도 앞에 절로 안쓰러워졌다. 그러면서도 나는 콜센터는 좀 다르게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감정노동'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콜센터의 업무가 결코 쉽진 않겠지만 그래도 시원한 실내에서 일하는 직업이니 답답하지만 마스크를 끼고 일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다.

 

   현장에 실린 「바이러스는 넘고 인권은 못 넘는 경계, 콜센터」는 그 시작은 코로나19로 조명받게 된 콜센터에 대한 글이지만 코로나19는 빼고 '콜센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글이다. 빡빡한 업무조건에서 일한다고는 생각했지만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화장실 갈 때 같은 그룹(보통 12명 내외) 안에서는 겹쳐 가지 못하기 때문에 톡으로 미리 연락해야 한다는 건 정말 2020년이 맞는지 의문이 들게 할 정도였다. 그 마저도 하루 총 휴식시간은 20분을 넘길 수 없다는 것, 고객에 대한 스트레스와 성과압박, 과도한 경쟁 등으로 흡연율이 일반 여성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 역시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내가 마음먹을 수 있는 일은 회사에 대한 불만을 콜센터 직원분들께 쏟아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꼭 통화 말미에 '정말 감사합니다'를 붙이는 정도(그럼 그 분께 가산점이 주어진다고 한다) 이겠지만 또다시 콜센터에 대한 글을 읽게 될 때는 많은 변화들이 생겼기를 바랄 뿐이다.

 

   「팬데믹 시기는 새로운 의료를 예비하는가」는 의대교수의 눈으로 본 '코로나라는 선택의 시간'에 관한 글이다. 부족한 의료자원을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가, 감시와 개인의 자유 중 어느 지점을 선택할 것인가, 팬데믹 상황 하에 의료진의 진료행위는 의무적인가와 그러한 의료진에 대한 돌봄시스템까지 세 가지 문제를 중심으로 코로나사태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나는 이탈리아의 의료자원분배 방침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었다. 뉴스에서 80대 이상의 노인들보다 젊고 살아갈 날 많은 젊은이들의 치료에 우선을 두어 진행한다고 보도되었을 때 '유럽은 복지국가라는 타이틀을 그만 내려놓아야해.' '아니, 취약한 계층을 당연히 우선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거 아냐?' 라고 같이 뉴스를 시청하던 가족들에게 열을 올렸는데 의료윤리상으로는 이러한 '공리주의'가 일반적인 시스템인가보다. (아, 내가 이래서 공리주의가 참 싫어.) 이 글에서 언급된 약자우선주의 원칙에도 중증환자 우선 원칙, 적은 나이 우선 원칙이 예로 들어졌을 뿐 노인층이나 장애인은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자원 분배는 '한 사회의 가치이자 구성원들을 대우하는 방식에 따라 판단되며, 구성원들의 참여와 합의가 필요하다'(421p)하니 우리나라는 좀 다르기를 기대해보는 수밖에.

   

   동선 공개에 대해서는 외국의 비판(그 중에는 우리의 시스템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받는 비판도 있겠으나)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 글의 방향 자체도 '진단 전 노출자의 자각에만 도움될 뿐, 노출자들뿐 아니라 해당 장소에 대한 낙인을 남기며 그 효과도 불분명하다.'(423p)라고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물론 동선공개가 직접적인 확산을 막는 효과는 불분명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 대부분이 이 동선공개에 대해 찬성의 입장을 드러내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위해 정부가 수집하는 정보를 국민과 공유함으로써 그 투명성에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보여진다. 

 

   마지막으로 언급되는 팬데믹 상황 하의 의료진 진료행위 의무성은 의료진이 판단할 일이지 강제할 수는 없겠다는 게 나의 생각이고, 그러하기 위해서 선행되고 후속되어야 하는 것이 의료진 돌봄문제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글쓴이 말대로 코로나19 이후 '국가에 의한 계획과 기술에 의한 개입은 더욱더 의료의 주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428p) 하지만 과연 의료의 '인간적인 면'의 쇠퇴로 이어지리라 확신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앞으로는 정교함을 필요로 하는 의료의 많은 부분은 기술이 대체하게 될 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수술잘한다는 이유로 1달 넘는 웨이팅을 기다리며 1분동안의 진료를 보기 위해 불친절한 의사선생님을 예약하는 사람들은 없어질 지 모르나, 내 지병에 대해 10년, 20년 지속관리해주는 동네의원 의사쌤의 의원문턱이 안 닳는다고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