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소년을 다시 만났는지 말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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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책을 본다/다음호를 기다리며

[클럽 창비] 『창작과비평』 2020가을호 대화 읽기

열낱백수 2020. 11. 5. 19:29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경험토록 만들었다. 물론 그 중 대부분은 결코 기분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집'이라는 가장 사적인 공간을 벗어나면 우리는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며칠 혹은 몇 주일의 기간이 아니라 1월말부터 쭈욱~ 우린 그런 상태로 생활하고 있다. 또 사람과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이러한 거리두기는 사람간의 접촉을 매개로 하는 업종의 수입에 큰 타격을 입혔다. 사업주에게만 그 영향이 미친 건 아니었다. 어떤 직장인들은 코로나19랑 상관없이 같은 수입을 유지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수입이 급격히 줄거나 실업 상태가 되기도 했다. (물론 언택트에 맞물려 수입이 증가한 업종도 소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아직 코로나19에 적응이 안되던 혼란기에 총선이 있었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처음 그 이야기를 뉴스에서 듣고 나는 솔직히 경악하며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지원금이 소비로 100% 이어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생각은 틀렸다. 여론조사 결과, 더 많은 비중의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을 찬성했고 또 지급 결과 코로나19 이전의 소비보다도 소비가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듣게 되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단어 '기본소득'이 종종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쉬운 얘기였나. 기본소득이?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기 시작한 그 '기본소득'에 관해 『창작과비평』 2020가을호 대화편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글을 통해 읽을 뿐이지만 대화의 현장이 얼마나 불꽃이 튀었는지 감히 짐작이 된다.

 

   일단 '기본'소득이라 함은 '누구에게나'를 전제조건으로 깔게 된다. 그것이 전국민이 되었든, 특정 연령대(이를테면 청년기본소득, 노인기본소득)가 되었든 정해진 집단에게는 누구에게나 일정소득을 지원하는 것이다. 만약 기본소득 논의가 실행에 옮길 정도로 진행된다면 그 시작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특정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이 청년기본소득인 모양인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지점에서 의견충돌은 불가피하다.

 

   하나, 청년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면 청년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실업급여, 노령연금 등 부족한 사회보장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기본소득을 만드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둘,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는 것이 과연 가장 좋은 방법일까. 이를 테면 잘 사는 청년에게도 가난한 청년과 동일한 금액을 주는 것은?

 

   대화를 풀어가는 네 명의 의견도 이곳저곳에서 엇갈린다. '논리적으로는 가난한 사람에게 복지를 집중하는 게 불평등을 줄이는 것 같지만, 현실세계에서는 보편적 급여가 불평등과 빈곤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미 실증적으로 입증되었'다는 의견(윤홍식 분)과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지만 개인에게는 푼돈이' 돌아가기 때문에 '진짜 문제인 곳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자'는 의견(양재진 분)이 맞부딪친다. 

 

  내가 이번 대화편을 읽으며 느낀 것은 '아직 우리나라의 기본소득 논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구나'였다. 정말 기본소득이 '보편적으로 지급된다'는 무조건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기본소득의 비용 대비 효과가 매우 낮아'(106P)지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결코 지급을 결정할 수 없으리라. 비용대비 효과를 찾아 헤매자면 우린 '너무 똑똑해서 경제적 지원만 뒷받침되면 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청년'을 한 명 한 명 고르고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런 청년이 있다면 말이다.) 

 

   나는 기본소득 도입이란 어쩌면 '사람이라면 제 밥벌이는 자기가 해야지' 라는 생각을 버려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금만 도와주면 1등을 할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도와줘도 평생 100명 중 50등일 것 같은 사람'에게도 삶이 힘들지 않게 유지될 수 있도록 뒷받침 해주는 것이 사회보장제도가 굳이 있는데도 기본소득이 논의되어야 할 이유가 아닐까.

그런데 이미 북유럽에서는 근로능력 유무가 공공부조의 조건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것과 관계없이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해주겠다는 게 그 나라들의 철학이니까요.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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