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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책을 본다/다음호를 기다리며

[클럽 창비] 『창작과비평』 2020가을호 읽기 시작

열낱백수 2020. 9. 21. 00:28

    가을호가 왔다. 지난 8일에 왔으니 벌써 10일도 더 지난 셈인데, 사진만 한장 찰칵 찍어두고  오늘에서야 첫장을 펼쳤다.

커피는 죄가 없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름 진득하게 읽어보겠노라고 커피까지 내렸는데 커피를 새 책에 홀딱 쏟고 말았다. 차례를 살펴보며 어떤 글들이 실렸는지 살펴보는 순간의 일이었다. 사진은 흘린 커피를 닦아내고 (나무 독서대에 스며든 커피는 아직 마르지 않았을 순간에) 찍은 사진이다.ㅎㅎ 새 책이 쭈글쭈글~해졌다. 

 

   물이 스며들어 한번 쭈글쭈글해진 책은 새 책처럼 펴지지 않는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방법들, (이를테면 냉동실에 넣어둔다든지 혹은 아주아주 무거운 책으로 눌러놓는다든지 혹은 두 방법을 결합한 방법이랄지) 를 써보아도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원래의 빳빳한 종이로 돌아오진 않는다. 어이없는 실수에 웃음이 나와 사진을 찍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에 내 실수를 인증했다. ㅎㅎ 

    쭈글쭈글한 종이는 돌아오지 않지만 행복하게도 종이 속 글은 물이 스며들기 전과 후가 똑같아 마르고 난 후 읽는 데에는 전혀 차이가 없다. 마르기도 금세 말라 이번 『창작과비평』 가을호에서 기대되는 글을 골라본다. 

 

    우선 '기본소득'이야기가 궁금하다. 정말 언젠가는 소비가 생산을 쫓아가지 못하는 시대가 되어 국가에서 돈을 주면서 소비를 하라고 하는 때가 올 지 궁금하다. 그런 때가 도래해 사람들이 더이상 돈 때문에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럼에도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지도 궁금하다. 사실, 나 역시 '돈 때문에' 일을 갖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독립을 꿈꾸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의 능력을 발산시킬 수 있는 일을 원한다. 이 두 가지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한가지 '체제적 인종주의'를 다룬 글도 기대된다. '책머리에'를 읽어보니 이 글은 인종주의와 자본주의 체제와 맞물려 있는 지점들을 예리하게 짚어(P.7)내고 있다하니 최근 뉴스화되는 미국의 인종주의 사건들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최근 뉴스들을 보면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경제나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일상을 마음대로 누릴 수 없음에 대한 억눌림, 계획했던 일이 전염병이라는 벽에 의해 가로막혀 버린 느낌은 사람들 내부에 화를 쌓이게 했다. 그 화가 우울증과 같은 방법으로 자신에게 표출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향하기도 한다. 가족에게 쏟아져 가정불화나 가정폭력이 늘게 되고 불특정다수에게 향해 음주운전·마약으로 인한 사망사고 뉴스도 자주 접하게 되었다. 체감상이라면 좋을 테지만 실제로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자살과 살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2월에만 해도 나는 '어서 이 시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참고 버텼다.' 하지만 어쩌면 이 시간을 그렇게 수동적인 자세로 보내면 안될지도 모르겠다.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고 앞으로 계획하는 모든 일(하물며 일상적인 일들까지도)에 코로나19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게 나 스스로의 마음과 몸을 지키는 일이 되지 않을까 고민해보며 이번 『창작과 비평』 2020가을호를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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