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소년을 다시 만났는지 말해줄래?

[클럽 창작과비평] 『창작과 비평』 2020봄호 나의 목소리 본문

꽃을 보듯 책을 본다/다음호를 기다리며

[클럽 창작과비평] 『창작과 비평』 2020봄호 나의 목소리

열낱백수 2020. 5. 24. 22:40

   '클럽 창작과 비평' 활동을 통해 『창작과 비평』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고백이랄 것도 없는 고백 하나를 하자면, 최근 몇 년새 쏟아져나오는 문학잡지, 인문잡지에는 관심을 가졌어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발행되어오던 문학잡지는 기꺼이(?) 피해왔다.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어디 들고다니면서는 읽지도 못하겠다~' 싶은 두께감, 그리고 최근 발행되기 시작한 문학·인문잡지들의 그것과는 다른 심플하기 이를 데 없는 디자인. 어느 것하나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조차 어떤 바람이 불어 클럽활동을 신청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봄호를 야금야금 읽어내며 내가 읽게 된 것은 왜 오래된 문학계간지는 그들의 색깔을 지키며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었다.

   실려있는 글들은 묵직한 무게감으로 저마다의 지면을 깔고 내려앉았다. 그 사이 새롭게 쓰여진 문학작품들은 특정 주제로 묶이지 않고 저마다 목소리를 내었지만 계간지 앞 부분은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주제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었다. 특히 이번 특집주제인 '생태정치 확장과 체제전환'은 읽기 전부터 관심이 많은 분야였다. -오늘도 나는 인터넷으로 제로웨이스트샵들을 돌며 장바구니를 채우지만 결제의 순간 '내가 환경을 위해 구입하려는 것인가, 그저 그 명목으로 내 소비욕을 이곳에 풀고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특집글들은 어떤 느낌으로 와 닿았을까. 그동안 생태에 관련된 글들을 읽어보면 '바뀌어야한다'만을 강조하고 '어떻게'를 말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집글 중 삶의 방식을 제시한 「플라스틱 중독 시대 탈출하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 글에서 제시된 플라스틱 사용을 기록(record)함으로써 소비를 평가하고 플라스틱과 탄소 배출 문제 해결을 위한 재사고(rethink)를 해야 하며, 다른 제품으로의 대체(replace)와 플라스틱 사용 거부(refuse), 일상생활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중단하고 리필(refill)하는 삶의 방식은 '지속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었다.

   또한 『창작과 비평』은 처음 읽었어도 한 권을 꼼꼼이 읽어내고나니 어렴풋이 이 계간지가 추구하는 방향이 어디에 속해있는지 느낌이 왔는데 이 역시 최근 읽는 문학잡지들과는 다른 점이었다. 그들은 (특히 정치적인 색채에 있어서는)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창작과 비평』은 굳이 드러내고자 하는 색채를 감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벽이 허물어진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읽지 않은 책을 주제로 쓴 글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시와의 거리는 멀기만 하다. 하지만 적어도 이젠 잡지코너에서 나보다 오래 살아낸 계간지들과의 눈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첫만남의 성과로 그 정도면 충분치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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